[매일경제] 주식양도세와 금융세법
- SKKGSB
- Hit6966
- 2022-06-30
SKK GSB 영주 닐슨 교수 컬럼 매일경제 (2022.06.07일자)
미국 금융시장과 세금 시스템에 익숙해지고 나서 경험한 한국 시스템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상이하게 달라 놀라게 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최근 주식 양도세가 화두가 되면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은 가장 매매를 뜻하는 워시 세일(Wash sale)이 한국에는 없다는 점이다.
워시 세일은 주식 투자에서 손실을 냈을 경우 해당 손실이 전체 소득을 줄이면서 세금을 덜 내게 되는 효과를 막는다. 손실이 나는 주식을 매도해서 손실을 실현했다면 같은 주식을 다시 매수하기까지 30일을 기다려야만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자세히 설명하겠다.
투자자가 A라는 주식을 100달러에 샀는데 7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고 하자. 아직은 실현되지 않은 손실이다. 반면 같은 해에 B라는 주식을 50달러에 사서 75달러에 팔아 수익을 실현했다. 그렇다면 해당 수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A주식을 팔아 손실을 실현해서 주식 거래에서 온 전체 수익을 줄이는 방식으로 양도소득세를 줄인다. 그럼 극단적인 예로 이렇게 해서 손실을 실현하고 나서 같은 A주식을 다시 사서 보유한다면 어떨까. 투자자의 전체 포트폴리오에는 별로 변화가 없이 세금을 줄이는 효과만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이 된다. 이런 상황을 악용해 세금을 피하는 꼼수를 막기 위해 만든 법이 바로 워시 세일이다.
한국에서는 현재 국내 주식의 경우 대다수의 투자자에게 양도소득세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적용되지 않으나, 해외 주식투자에는 적용된다. 해외 주식투자는 현재 양도소득세가 있고, 워시 세일은 미국 국세청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미국 국세청과 아무 상관없는 한국인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즉 매도해서 손실을 실현한 후 바로 다시 매수할 수 있다. 할 수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 이 방법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개인투자자는 그다지 많지 않다.
미국에서는 주식투자에서 실현된 수익 가운데 1년 이상의 장기투자를 통해 얻은 수익은 투자자의 다른 소득 수준에 따라 0%, 15%, 20%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1년 이하의 단기투자를 통해 얻은 수익은 투자자의 소득세율을 따라간다. 2021년 기준으로 최저 10%에서 37%까지다. 그렇기 때문에 세금 효과를 생각한다면 소위 말하는 '단타'를 하지 않는 편이 훨씬 나을 수 있는 경우가 많이 나온다. 특히 자산가들에게는 말이다.
이런 이유로 1990년대부터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워시 세일을 어기지 않으면서 세금 효과를 극대화해 전체 자산의 수익률을 올리는 방법을 연구하는 데 엄청난 노력을 들여 왔다. 세금 효과를 이용해 전체 자산의 수익률을 1% 정도 올리는 것은, 투자 전략을 통해 1% 올리는 것보다 훨씬 쉽고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미국 핀테크의 가장 큰 화두는 초개인화된 금융이고, 이 중심에는 개인의 상황을 완벽하게 반영하여 세금을 최적화하는 알고리듬이 있다.
세법 전문가가 아닌 보통 사람의 눈에도 미국의 양도소득세는 투자에서 온 수익을 다른 방법을 통해 만들어낸 수익과 거의 동일시하는 것이 보이리라 생각한다. 물론 심한 단기투자를 막기 위해 장기투자를 독려하는 장치가 있기는 하다.
지난 정부부터 금융세법의 선진화를 위한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그 중심에 양도소득세가 있고, 양도소득세가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이 활발하게 논의 중이다.
이왕 이런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니 자본시장뿐만 아니라 소득 불평등을 포함한 여러 가지 사회 문제 그리고 법과 제도의 빈틈을 이용한 행위를 막을 수 있는 방법 등 대한민국 국민 삶의 모든 면에서 연결된 고리에 대한 면밀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 금융세법 선진화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원문보기: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2/06/4967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