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차 한잔이 구매욕구를 높일 수 있을까?
- 통합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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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4-20
김경희 성균관대 MBA 'SKK GSB' 교수
제품 선택에 미치는 환경적 요인의 무의식적인 영향
최근의 경제 뉴스를 보면, 가계의 소비 지출이 감소세에 있고, 소비자들은 돈을 벌어도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기사를 쉽게 접하게 된다. 이런 기사의 이면에는 소비가 되살아나기를 바라는 의도가 있으리라 본다. 그렇다면 이러한 언론보도가 과연 소비자들의 소비를 더 촉진시킬 수 있을까? 소비자들의 행동 심리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그 답은 다소 부정적이다.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려 하고 최고의 효용가치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제품을 구매하려 한다. 하지만 실제 이들의 구매행동을 살펴보면 이런 경제학적 관점에서의 합리적 소비가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소비자들의 의사결정이 수없이 많은 심리적, 환경적 요인에 영향 받고, 이런 영향이 그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발생해 그 영향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소비나 제품선택에 환경적 요인이 미치는 무의식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제품을 구매하기 전, 잠시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셨다고 생각해보자. 이 커피 한잔이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에 영향을 미칠까? 소비자들이 따뜻한 커피 대신 차가운 커피를 마셨다면 제품구매 욕구가 달라질 수 있을까?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달라질 수가 없지만, 행동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사전적 환경요인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기존의 윌리엄스(Williams) & 바르그(Bargh)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따뜻한 커피잔을 쥐거나 따뜻한 패드에 앉는 등 처한 환경에서 물리적으로 따뜻함을 경험하게 되면, 소비자들은 심리적, 인지적으로도 ‘따뜻함’을 느끼거나 떠올리게 되고, 이러한 심리적, 인지적 따뜻함이 제품에 대한 따뜻한 감정으로 전이돼, 그 제품에 대한 구매 욕구가 증가할 수가 있다. 이러한 결과는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발생한다. 예를 들어, 기업에서 직원을 뽑기 위해 면접을 하는 경우를 들어보자. 면접관이 따뜻한 음료잔을 잠시 들고 있다 피면접자와 인터뷰를 할 경우, 차가운 음료잔을 들고 있다 면접을 한 경우보다 피면접자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늘어난다. 채용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따뜻한 음료잔이 피면접자를 평가하는데 있어 ‘따뜻한’ 사람으로 평가하도록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즉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에 어떤 환경에 노출되었는지에 따라 심리적 상태가 달라지고 그에 따라 의사결정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잠시 들고 있었던 음료잔의 온도에 의해 그들의 의사결정이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